목적없는 시계바늘처럼 돌아가는 사회(이퀄리브리엄)

오늘 이퀼리브리엄을 봤다. 예전에 후배녀석들이 보는 것을 어깨너머로 약간 보면서 매트릭스가 인기니까 아류작도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늘 어떤 블로그에 들어갔는데,(히스토리까지 뒤져봤지만, 도대체 어떤 블로그인지 모르겠음)이퀼리브리엄을 볼만한 영화로 추천 해놨다. 추천에 약한 나는 금방 혹해, 예전에 매트릭스의 아류작이네 어쩌네 하는 생각을 버리고 동생이 구워놓은 CD에서 이퀼리브리엄을 찾아들었다. 영화를 본 후의 느낌은 매트릭스나 반지의 제왕처럼 그리 액션대작은 아니지만, 한번쯤은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영화의 배경은 3차대전이 끝난후의, 살아남은 자들의 사회이다. 3번의 대전을 거치면서 이미 전쟁의 무서움을 알게된 인류는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방안 즉, 증오, 기쁨, 슬픔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감정을 약물을 통해 통제하고, 감정을 유발하는 책, 음반, 그림등 인간감정의 산물 및 감정을 유발하는 인간의 행동까지 모든것을 지배하게 된다. 약물과 사회의 강력한 통제에 의해 감정의 지배를 받게 된 인간들은 마치 시계바늘이 움직이듯이 목적없는 무가치한 삶을 살 뿐이다. 사회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신부가 통제하며, 신부는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을 세뇌하고 사회를 세뇌시킨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나치의 전체주의 국가시절을 그린 영화들에서 본 듯한 모습들이다. 등장인물들의 복장이나 사회를 통제하는 통제자들의 복장 또한 나치가 입은 군복을 상상하게 한다.

영화에서는 사회를 통제하는 인물들을 신부, 성직자로 부르고 있다. 신부나 성직자라는 설정은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통제할 줄 알고, 신께 의지하며, 나약한 사람들을 이끈다는 직업적 성격을 모태로 한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 또한 성직자인데, 오로지 신부에게 의지하며, 감정유발자와 감정을 유발하는 모든 것들을 추적하여 없애는 일을 한다. 성직자는 항상 감정유발자와 감정을 유발하는 물건을 대하지만, 절대 그것에 동정을 베풀거나 어떠한 감정기복도 없다. 이렇듯 사회는 성직자와 중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으며, 마치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는 분위기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회가 개인의 감정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져봤다. 개인의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서 사회는 철저히 폐쇄적이어야 하며, 사회를 통제하는 통제자들은 베일에 쌓여야 한다. 영화에서도 사회를 상징하는 신부는 철저히 베일에 쌓인 인물이다. 또한 외부와의 소통도 없어야 한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처럼 일사분란한 통제를 통해 사회는 움직이며, 모든 행위는 감시받는다. 이런 사회안에서 통치자는 ‘신’적인 존재로 군림한다. 하지만 과연 ‘신’ 처럼 군림하는 자신도 통제받고 있는가? 영화 후반에 보면 신부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신부는 통제를 받기 보다는 통제받는 인간들을 통해 자신은 감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결국 통제자는 사회를 강력하게 통제하면서, 자신은 열외로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영화 경향들(특히 헐리우드판 외화들)이 사회의 강력한 통제, 강력한 통치자, 완벽한 시스템(슈퍼컴퓨터등)으로 통제되는 사회, 개인과 개성, 자아를 잃어버린 인간에 대해서 많이 다루는 것 같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사회속에서 언젠가 인간은 개인과 자아, 개성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고, 우리가 군림하고 있는 세상이 우리 위에 군림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일 수도 있고, 개인과 개성, 자아가 없는 사회의 대한 경고일 수도 있다.

사회는 폭팔적으로 팽창되가고,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는 기계와 같지 않아서 톱리바퀴처럼 철저히 돌아갈 수 없다. 때로는 맞물렸던 톱니바퀴가 엇나가기도 하고, 기름이 없어 뻑뻑하기도 할 것이다. 이것을 한치의 오차도 없는 컴퓨터로 조작하기 보다는 이성과 개성이 있는 인간이 그 속에 톱니바퀴가 되고, 기름이 될 수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가 목적없는 시계바늘처럼 돌아가는 사회보다는 훨씬 아름다울 것이다. 곧 위에서 우려하고 있는 사회의 열쇠는 인간의 이성과 자아인 것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1악장 –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이 곡을 듣고 감정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