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와 보물을 찾아서 (3일째)

눈이 소복히 쌓인 속리산 법주사를 마지막으로 이번 답사는 끝난다. 속리산 법주사를 들어가는 길은 5리라고 한다. 그래서 오리길이라고 하는데, 사이에 펼쳐진 소나무숲들이 한적한 산사의 분위기 그대로이다. 이렇게 사찰입구를 멋진 나무들이 장식하는 숲속길은 흔치 않은것 같다. 승주 송광사, 부안 내소사의 숲길이 유명하다.

숲이 우거지고 우거져 쨍쨍이 떠 있는 햇볕도 볼 수 없는 숲길이지만, 흙내음, 물소리, 녹색빛에 마치 뭔가에 홀린듯 들어가는 숲길들이 괜시리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거기에 눈이 쌓였으니 금상첨화일것이다.

소복히 밟히는 눈을 밟으며 들어가는 숲길이 한적하고 즐겁다. 아이들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주변을 즐기기보다는 눈에 푹 빠져있다. 이리 미끌 저리 미끌거리며 장난치기 일쑤다. 몇 분정도 걸었을까? 매표소가 나오고 저 뒤로 법주사가 펼쳐진다. 눈이 쌓인 법주사에 온 적이 없기 때문에 괜시리 마음이 두근거린다.

저 멀리 높다랗게 솟은 팔상전과 얼마전에 금을 입혔다는 청동미륵대불이 보인다. 금강문을 지나서 사찰의 경내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쌓인 눈을 걸어다닐 수 있게 치워놨다. 하지만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바뀐 것 같은 느낌, 예전에 고즈넉한 사찰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 멀리 대웅보전은 해체수리중이었고, 몇개의 건물들이 더 들어섰다. 덕분에 사찰의 고즈넉함과 넉넉함이 사라져버렸다. 거기다가 금을 입힌 청동미륵대불은 사찰의 조용함을 깨는것 같아 씁쓸하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이것도 물어보고 저것도 물어보고, 눈싸움도 하고 정신이 없지만, 나는 소중하게 생각했던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아 괜시리 기분이 안 좋다.

처음 찾아갔을때 너무 좋아 마음속에 기분좋게 담아두었던 사찰들이, 어느날 가보니 들어선 건물들이 몇 채고 이리저리 채색한 건물들이 몇 개 들어서니 예전에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보물을 잊어버린 그 마음. 사찰들마다 그런 불사에 공을 들이고 있으니 예전의 모습은 간데 없고, 다시 오기가 싫어진다.

종교적으로 신도들을 위하여 건물을 몇 개 짓고, 다시 수리하는 것은 좋지만 예전의 모습은 간직하데 편리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다시 칠하고 새로 멋지게 짓는 것이 좋은 것처럼 인식된것이 잘못이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신 온고지신이 없어진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법주사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