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와 보물을 찾아서 (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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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후 꼼짝앉고 집에서 책을 읽고 지냈다. 그 동안 못 읽었던 책들을 쌓아놓고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모처럼 여유를 찾은것 같아 즐겁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집안에는 있으면 않좋은 법! 기회를 틈타 잠시 바람을 쐬러 떠났다. 비록 내 돈들여서 간 답사는 아니지만 훌훌털고 떠나니 기분은 좋았다.

눈도 안내리는 겨울이지만, 아침부터 추위가 심상치 않다. 2박 3일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서 집을 나선다. 해가 뜨기 시작했지만, 매서운 새벽바람이 아직 남았는지 볼이 당겨온다.

집을 나설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이지만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 뭐를 보고 올지 기대되는 마음은 괜시리 발검을을 재촉한다.

초등학생들의 가이드를 맡았으니,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내 설명이 어렵지나 않을지.

너무 못 알아들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다 보니 어느덧 약속장소에 다달았다. 벌써 도착한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이 보인다.

집합시간이 되어 간단하게 행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앙상한 나무들이 겨울의 햇살을 받아 기지개를 쭉 펴는듯이 보이는 가로수를 지나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버스가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국보 1호부터 9호, 보물 1호부터 8호까지 2박 3일동안 답사하는 프로그램인데, 유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시간이 모자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단은 기사님과 상의하여 오늘 하루에는 3곳만 돌기로 하였다.

첫 도착지는 부여 정림사지. 사진으로 봤지만 단아한 여성의 모습이 참 인상깊었다.

다른 탑들과는 달리 넓은 옥개석이 탑을 더욱더 단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기둥돌에는 신라와 함께 백제를 멸망시킨 소정방이 남겨놓은 글귀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탁본을 해서 그런지 불에 그을린 듯 시커멓다. 이 글귀때문에 한때에는 ‘평제탑’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백제의 고도 부여는 여기저기 볼 것이 많아, 발걸음 닿는 곳이 모두 문화유적이지만 갈길이 바뻐 할 수 없이 차에 올랐다.

또 몇 시간을 달려 성주사지에 도착했다. 고운 최치원이 글을 짓고 그의 사촌인 최인곤이 글을 썼다는 낭혜화상의 비가 서 있는 곳이다. 사지에는 가운데 큰 탑이 서 있고, 대웅전 앞에 3개의 탑이 서 있었다. 넓디 넓은 사지의 저 끝에 보호각에 쌓인 비석이 보였다. 귀부의 머리부분의 파손이 심해 머리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는 없었다. 또한 비문의 마모도 심했다. 하지만 최치원이 글을 지었다고 하여, 얘들에게 최치원얘기를 해줬다.

최치원이 비금도에 갔는데, 비금도 사람들이 비가 안와서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최치원은 비를 관장하는 용을 불러내어 비를 내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용은 비를 내리면 용왕의 명을 거스르는 것이므로 안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최치원은 자신이 알아서 할테니 비를 내리라고 하였다. 결국 용이 비를 내렸고, 비금도 사람들은 오랜 가뭄에서 해갈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용이 비를 내린것을 알게된 용왕이 용을 찾아오라고 사자를 보냈다. 용은 최치원에게 용왕이 나를 잡으러 사자를 보냈다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다. 최치원은 용을 도마뱀으로 둔갑시켜 자신의 소매에 넣고 사자를 돌려보냈다.

이 설화에서는 그의 신통력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용과 얘기를 하고, 둔갑술까지 쓸 줄안다. 이 얘기가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대단한 사람이었음에는 틀림이 없을 것 같다.

갈수록 바람이 매서워져 설명은 얼른 마치고 차에 올랐다. 날씨가 더욱더 추워지는 것 같았다. 천안까지 또 몇 시간을 가야하기 때문에 길을 재촉했다. 바람이 매서워지면서 이슬비까지 흩뿌렸다. 피곤이 몰려와 잠시 눈을 감았다 떳더니 어느덧 도로가에는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눈은 멈출줄 모르고 계속 내렸다. 우리가 천안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함박눈이 되어 있었다. 봉선 홍경사 갈비 앞에 다다라 내리는 함박눈과 추위에 간단한 설명은 버스에서 하고 얼른 내려 비만 살펴보고 왔다. 비석을 받치고 있는 귀부가 사실적이다. 갈비는 일반적인 석비보다 규모가 작은 것을 말하는데, 대개는 머릿돌이나 지붕돌을 따로 얹지 않고 비몸의 끝부분을 둥글게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비는 거북받침돌과 머릿돌을 모두 갖추고 있어 석비의 형식과 다르지 않았다. 이름은 갈비였지만 석비라도 해도 될만했다. 얘들은 설명보다는 오랜만에 보는 눈이 더 즐거운듯 여기저기 눈싸움에 열중했다.

숙소까지 갈려면 아직 먼길을 가야하니 간단하게 비문을 지은 최충에 대한 설명만 마치고 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