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올레 – 제주올레길 6코스(쇠소깍~외돌개)

풍경이 아트 – 제주올레 6코스
남원항에서 4코스를 끝낸 후 잠시의 고민을 했다. 무엇보다 첫 날부터 23km를 걸은 것이 약간의 실수 인 것 같다. 이미 발바닥은 물집으로 만신창이가 됐고, 빨리 누울자리를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원항에서 자리를 잡을까 고민하다 내일을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쇠소깍은 유명한 관광지니 주변에 숙소가 많은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 6코스로 가자. 버스를 타고 6코스의 시작점인 쇠소깍으로 이동했다. 남원항에서 쇠소깍 까지는 버스로 30여분 거리다.

올레길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는 택시나 자전거보다 버스가 더 행복하다. 안내방송을 통해 올레길 시작점을 안내해준다. 편한이 자리에 앉아 눈은 지나가는 제주의 풍경에 고정시키고, 귀는 버스 안내방송에 둔다. 6코스 시작점 쇠소깍을 안내하는 버스안내 방송이 나온다.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린다.

길을 건너니 쇠소깍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올레길을 걷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발바닥이 아린다. 마을은 깔끔하고 단아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정표를 따라 약2~30분 들어가니 쇠소깍과 바다가 눈에 보인다. 이제 다 왔다는 안도감과 씻고 자리에 누울 수 있다는 편안함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가에 잠을 청하고
쇠소깍을 약간 보고 숙소를 찾아본다. 편의점과 카페가 눈에 띄고 오른쪽 길로 돌아서니 식당을 겸한 팬션이 눈에 들어온다. 식당을 보니 배고 고파온다. 일단 주인에게 방을 물어본다. 일부러 예약을 안 했기 때문에 퇴짜(?)는 각오했다. 주인에게 돌아온 답변은 방이 있으나 너무 넓은 방이라 비싸다는 답변, 주위에는 숙소가 없으니 서귀포시까지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가를 듣고 싶었는데 못내 아쉬움에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라 주인이 불러세운다. 단 1명을 위해 주인이 희생한다. 생각지도 못한 가격에 방을 내주겠다고 말하는 주인에게 고마움이 앞선다. 2층에 올라가 방을 보니 주인에게 더 고마워진다. 앞으로 바다가 훤히 보이고 창문을 여니 파도소리가 스테레오다. 방값을 치르고,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하는 동안은 발바닥 아픈 것은 생각나지도 않는다. 이제 어느정도 욕구가 채워질 무렵 무릅과, 발목, 발바닥이 차례로 아퍼온다.

일단 발의 온도를 내려줘야 한다. 온종일 걷기에 지치고 뜨거워진 발을 식혀주는 것은 시원한 샤워밖에 없다.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한다. 발바닥이 찌릿찌릿하다.

내일을 위해서는 물집을 처리해야 한다. 방안에서 뾰족한 것을 찾아 보았으나 마땅한 것이 없다. 설상가상 식당은 문을 닫았다. 아쉬운대로 어떤 여자손님에게 실핀 하나를 빌려 물집을 처리한다. 몽뚝한 것으로 처리하려니 고역이다. 내일은 서귀포시로 들어가니 바늘상자를 꼭 하나 챙겨야 겠다.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나니 스르르 잠이 온다. 파도소리가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 같다. 내일은 일찍 출발하여 코스를 마친 후 발을 오랫동안 쉬게 해줘야 겠다. 언제 잠들었는지 알지도 못한채 잠이 들었다.

알람소리와 파도소리에 잠이 깨니 6시다. 발바닥이 따끔따끔하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세면을 한다. 잠깐 밖에 나가보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오늘은 좋은 날씨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아직 모두가 자고 있는 시간. 6코스를 향해 출발한다.

파도가 길동무를 해주고
4코스 내내 따라오던 바닷가는 6코스 내내 길동무가 되어 준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소금막을 지난다. 제주도도 바다가 있고 햇살이 좋았으니 소금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 소금막을 지나자 산길이 시작된다. 산길은 바다를 옆에 두고 구불구불 이어진다. 오름은 바다를 가까이하고 포구와 포구를 연이어 지난다. 제지기오름을 지나자 보목포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이라 포구는 조용하고 흐린날씨와 조금씩 내리는 비에 을씨년스럽기 까지 하다.


6코스의 특징은 산길을 걷더라도 바로 아래가 바다라는 것이다. 등산을 하는 듯하지만 귀로는 깊은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름을 오르지만 앞에는 바다가 펼쳐저 있고, 포구를 섬등섬등 지나는 길이 천천히 천천히 서귀포시내로 향해간다.

한참 포구를 지날 쯤 현대적인 건물이 나타나 순간 당황스럽다. 보목하수처리장이다. 보목하수처리장을 나와 검은여를 지나면 서귀포 칼 호텔 뒷길로 들어서고, 이제 본격적으로 서귀포시로 들어선다. 한참 동안 들리던 파도소리가 약간 멀리 바다로 보이기 시작하고, 인도와 아스팔트길이 시작된다.

제주올레 사무국으로 들어가기 전 귀여운 볼거리가 기다린다. 소정방폭포다. 제주올레사무국 바로 아래 위치해 있는 소정방폭포는 정방폭포처럼 바다로 바로 이어지는 폭포지만 정방폭포보다 규모가 작다. 오히려 시냇물 같지만 깊은 파도소리와 어우려저 웅장해진다. 소정방폭포에서 한참동안 폭포를 즐기고 제주올레사무국으로 들어선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은 사무실이 조용하다. 잠깐 쉬었다가 정방폭포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정방폭포는 제주에 살 때 많이 와 본 곳이다. 여전히 폭포는 웅장하고 파도는 잔잔했다. 정방폭포를 구경하고 본격적으로 서귀포시내로 들어선다. 처음 서귀포시내로 들어섰을때 한참을 걸어가다보니 길을 잃었다. 표시를 잃어버린 것이다. 물어물어 서귀포초등학교를 찾았다. 서귀포초등학교를 찾고 나니 이중섭 미술관 찾기는 쉬워진다. 이중섭 미술관쪽으로 들어서니 이중섭이 제주에 거주했을때 묵었던 숙소가 나온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이 정겹다. 숙소에 들러 잠깐 둘러본 다음 미술관으로 들어선다.

미술관은 2층으로 되어있다. 1층은 이중섭의 작품과 일본인 아내가 이중섭에게 보낸 편지가 전시되어 있다. 잠깐 시간을 두고 편지를 읽어보면 일본인 아내의 이중섭에 대한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이중섭 미술관을 나와 한참동안 서귀포시내를 걷는다. 시내는 단아하게 정리되어 있고 시내를 빠져나와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천지연폭포로 가는 길이다.

이내 서귀포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천지연기정길을 통해 맑은 공기를 마시고, 폭포 가까운쪽으로 나와 칠십리시공원으로 가기전에 점심을 해결한다. 천지연폭포 입구에는 편의점이 있어 간단한 점심식사와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있다. 삼각김밥과 음료수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 바늘상자를 하나 구입했다. 1시간여 쉬었을까 이제 칠십리시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칠십리시공원으로 발길을 옮기면 설마설마 저 고불고불한 길을 올라가는 것은 아니겠지 하였지만 역시나 고불고불 서귀포항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기 시작한다. 오르막진 이 길을 언제 올라가나 하는 마음이 들고 햇볕이 갑자기 내리쬐기 시작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몇 시간이라도 좋으니 천천히 올라간다. 옆으로 서귀포항이 내려다보이고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올라갔을때 시공원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시공원을 벗어나면 외돌개로 향하게 되고 6코스의 종점이 다가온다. 시공원으로 들어서 바람과 조용한 새소리를 들으면 한참을 걷다가 정자를 만난다. 그리고 앞에 펼쳐진 풍경에 잠시 넋을 놓는다. 저멀리 하지만 눈에 보일만큼 천지연폭포가 보인다. 천지연폭포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폭포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니. 폭포와 폭포주위에 원시림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이자리를 위해 시공원으로 안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어딘지 모를 감격이 밀려온다.

천지연폭포를 감상하고 시공원을 나서니 외돌개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길은 조용했고, 걷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길을 따라 외돌개쪽으로 접어드니 삼매봉이 나타난다. 그렇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아담한 길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문섬과 범섬이 눈에 들어온다.

삼매봉은 아담하면서도 길도 정리를 잘 해놓아 편안하게 오르기에 좋다. 무엇보다도 길을 걷다가 왼쪽을 보면 바다를 볼 수 있고 오른쪽은 제주 내륙의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바람소리와 맑은 공기에 취해 한참을 걷다보면 외돌개쪽으로 난 작은 산길이 보인다. 아주 작은 산길이라 모르고 지나치면 삼매봉을 한바퀴 돌게 된다. 그 작은 산길로 들어서면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10분정도 내려가면 외돌개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6코스의 종점인 것이다.

한순간의 감격이 밀려오고 또 한순간의 아쉬움이 밀려온다. 구비구비 바다소리와 함께 한 6코스가 외돌개의 거친파도와 함께 끝나면서 감격이 밀려오고, 또 나의 제주올레길 여행도 어느정도 마무리 되어 가는 것에 아쉬움이 밀려온다.

18코스 잠깐 맛보기
18코스는 사라봉이 들어있어 한번 가보고 싶었다. 어린시절을 사라봉 밑에서 보냈기 때문에 올레길 코스에 들어있는 것만으로도 설레였다. 하지만 신촌농로에서 끝낼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표지가 잘 안되어 있어 한참동안 헤매었고, 이틀동안 38km를 걸은 덕분에 왼쪽 무릎과 오른쪽 발목이 정상이 아니었다. 더 걸을 수 없음을 알아차리고 신촌리로 나와 버스를 타고 동문로터리쪽으로 향했다.

동문시장 구경과 보성시장 감초식당
동문시장은 동문로터리에 위치해있다. 얼마전 SBS 런닝맨에서 동문시장에서 촬영을 한 적이 있다. 제주시내에 있는 큰 시장중 하나이며 제주에서 생산되는 해물과 여러가지 물품들을 판매한다. 동문시장에서 택시로 약 10분정도 가면 제주시청 근처 보성시장을 만날 수 있다. 보성시장은 허형만의 식객에서 소개된 감초식당이 있는 곳이다. 감초식당은 보성시장이라고 써진 건물안으로 들어서면 찾을 수 있다. 8,000원짜리 순대국밥 맛이 일품이다.


순대국밥을 한 그릇 뚝딱하고 공영버스 1번을 타면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갈 수 있다. 공영버스 1번은 자주 오지 않으므로 절물자연휴양림 홈페이지에서 공영버스 1번 운행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제주시청에서 1번을 타고 약40분 정도 가면 절물자연휴양림에 도착한다. 입장료는 1000원이다. 자연휴양림에 들어서면 삼나무 향기에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빽빽하게 들어선 삼나무와 새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장생의 숲길은 장장 3시간 20여분이 걸리는 코스로 부드러운 삼나무 가지를 밟고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매주 월요일에는 출입이 통제되니 그외 요일에 방문하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다시 못 올것처럼 그렇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절물자연휴양림을 방문하고 이제 천천히 제주여행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비행기시간은 넉넉하지만 이틀 동안 무리한 덕분에 오른쪽 발목과 왼쪽 무릎은 계속적인 통증을 주고 있다. 서서히 그동안 걸었던 길을 음미하며 제주공항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제주를 떠날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웬지 이번에 가면 다시 못 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어떤 인연을 통해서든 다시 제주를 방문한다. 그게 언제일지 모르지만…
하지만 나는 제주를 다시 방문할 것이다. 어린시절 아무 걱정없이 지내던 그때의 나를 다시 찾기 위해서, 그리고 삶에 지칠때 다시 제주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