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의 힘

가상공간… 현실을 점령하다

지난 2002년 12월 19일 제 16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많은 매스컴들은 대선의 원인을 온라인의 반란으로 썼다. 전 국민에게 대한민국을 외치게 만들었으며, 그들만의 정치를 국민의 정치로 바꿔놓았다. 2002년의 열광과 변화는 온라인 가상공간을 통해 가능했다.

홈피, 카페, 게시판, 리플, 펌

지난 2002년 10월 우리나라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 3가구당 1가구가 초고속 인터넷망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은 우리에게 새로운 환경을 제공했다.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망은 가상공간에 새로운 의사소통 공간을 열어주었다.

홈피, 카페, 게시판, 리플, 펌…..지금 열거한 단어들은 2002년 현실에 열광과 변화를 가져 온단어들이다.

홈피(homepage)는 홈페이지를 간단하게 줄여서 말하는 것이다. 홈페이지는 게시판을 통해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운영되면서 리플과 펌 현상을 일으키는 주체가 되었다. 카페(cafe)는 인터넷 포털업체 (주)Daum에서 제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로 인터넷이 서비스되기 전 통신상에서 활동하던 동호회와 같은 서비스이다. 카페에서는 게시판을 통해 게시물이 올라오고, 게시물에 대한 리플과 펌 현상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리플(reply)은 영어 reply의 한국 발음으로 답변, 대답을 의미한다. 펌은 다른 게시판에서 게시물을 복사하여 가져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퍼오다’를 줄여 펌이라고 한다.

위에서 말한 게시판, 리플, 펌은 인터넷 가상공간속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의사소통 방식이다. 인터넷 가상공간 속에서는 누구나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다. 게시판에 쓴 글을 ‘게시물’ 이라고 하는데, 게시물을 접한 사람은 누구나 리플을 달 수 있고, 마음에 든다면 가상공간 속에 개설된 다른 게시판으로 펌을 할 수 있다.

가상공간을 벗어나다

사실 온라인상의 활동이 가상공간을 벗어난 것은 월드컵이 최초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간간히 온라인을 넘어선 오프라인 상의 행동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적극적이고 활발한 활동은 월드컵이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 이전 온라인상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 중 주목되는 사건은 김동성의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판정시비 사건이다. 김동성의 동계 올림픽 판정시비는 온라인상에서 폭팔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오프라인까지 번지지는 못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안톤 오노의 메일과 NBC 투나잇쇼 진행자 제이 레노에 대한 항의 메일 전달, NBC 사이트 해킹,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사이트 해킹등 여러 방법으로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한 항의가 이루어졌다. 아울러 네티즌들은 ‘한국사이버시위연대’ 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오프라인 활동을 지원, 3월 1일을 기점으로 맥도날드, 콜라등의 미국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비록 여중생 촛불시위와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지만, 온라인 가상공간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연대가 일어났다는 것은 중요한 움직임이었다.

이후 가장 큰 움직임이자 온라인 가상공간의 본격적인 오프라인 진출을 일으킨 것은 2002년 6월 한국을 흥분시킨 월드컵이었다. 세계에 대한민국을 각인시킨 이 사건을 통해 온라인 가상공간은 오프라인으로 진출했다.

일단 그들의 힘을 확인해서일까? 월드컵 이후 뜨겁게 정국을 달구던 16대 대통령 선거의 판도 또한 온라인 가상공간이 바꿔버렸다. 만약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가상공간속에서는 어떤일이……

2002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인터넷 속의 가상공간. 과연 그 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대표적인 인터넷 가상공간인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Daum카페’.

‘Daum’ 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무료 메일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한 업체이다. 이후 무료메일서비스로 계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Daum’은 1999년 5월 ‘Daum카페’서비스를 시작한다. ‘Daum카페’ 서비스는 인터넷 커뮤니티서비스로 세이클럽(http://www.sayclub.com)이나, 프리챌(http://www.freechal.com)에서 제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와 같다.

‘Daum카페’에 개설된 카페수는 총 140만개며, 그 분야도 다양하다. 또한 실명확인을 통해 누구나 카페를 개설할 수 있고, 게시판뿐 아니라 자료실도 제공한다.

카페는 예전 모뎀을 통해 연결되던 PC통신을 인터넷으로 옮긴 것으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네티즌들이 모여 조직을 구성하는 동호회이다. 네티즌들은 이같은 조직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낸다.

‘Daum 카페’ 같은 커뮤니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시판의 제공이다. 게시판은 커뮤니티 사용자가 ‘닉’(nickname)으로 대표되는 가상공간속의 이름을 통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장소이다. 일정한 아젠다(명제)가 나타나면 그에 따른 의견들이 게시판을 통해 개진되고, 리플(reply)과 펌 현상이 일어난다. 리플과 펌을 통해 가상공간속에 개진된 의견이 급속도로 퍼지게 되고, 이 의견이 일정하게 공론화되면 오프라인을 통해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온라인상의 모임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갖는데(이를 정모, 번개라고 부른다),이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나눌 수 없었던 폭넓은 정보와 자료를 공유한다.

결국 2002년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속에 개설된 가상공간의 덕분이었다. 가상공간은 이제 더 이상 온라인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계미년 새해 온라인 가상공간이 어떤 변화를 주도할지 궁금하다.

2002년 모 잡지에 기고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