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터(The Visitor, 2007) – 관계에 대한 새로운 고찰

비지터(The Visitor, 2007)라는 영화는 줄거리를 놓고 보면 9.11 이후 미국내의 노골적이고 편향적인 이민정책에 대한 조롱섞인 영화이다.

한 노교수가 우연히 만난 불법체류자 커플과 얽히게 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차게 되지만 결국 미국의 노골적이고 편향적인 이민정책으로 변화를 겪게 된다는 간단한 줄거리이다.

The Visitor,2007톰 매카시 감독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퍼즐조각 같은 작은 소재들을 이용하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드는 묘한 재주를 가진 감독이다. <스테이션 에이전트>에서는 폐쇄된 시골 작은 역으로 온 왜소증 환자인 주인공이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친구’의 의미를 깨달게 되는 과정을 감동 깊게 그려냈다.

나는 <비지터>가 <스테이션 에이전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비지터>에서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소극적이고 일상의 관계에 묻혀 있던 있던 월터교수가, 아무 관계도 없는 불법체류자 커플과 함께 살면서 아프리카 악기 점베를 배우게 되고 차츰 주변의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삶의 열정에 눈 떠가는 모습이 <스테이션 에이전트>와 닮은 꼴이다.

아내도 잃고, 취미로 배우는 피아노는 늘지 않고, 대학에서의 무료하기 그지 없는 하루가 계속되고, 익숙한 일상에 젖여 있던 월터는 그 일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대학교수인 월터는 강의를 하지만 그 모습은 반복적이고 무료하게 그려진다. 누구나 그렇다. 직장생활은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반복되는 일상이다.

월터에게 무료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돌파구는 어이없게도 공동저술한 논문의 발표를 위해 뉴욕을 찾으면서 일어난다. 공동저자지만 자신은 이름밖에 올린게 없다고 극구 뉴욕가기를 꺼려하던 월터는 마음에는 내키지 않지만 뉴욕으로 떠난다. 오랜만에 찾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뜻하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타렉과 자이납을 만나게 되고 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묘한 동거속에서 타렉에게 점베를 배우고 공원에서 공연을 하고 차츰 젖은 일상속에서 벗어나고 있던 찰나에 타렉이 지하철에서 연행되고 월터는 타렉을 빼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타렉은 추방된다. 영화의 끝 말미에 월터는 지하철 역에서 점베를 연주한다. 타렉과 지하철역에서 얼후를 연주하는 중국인을 보며 이야기했던 내용이다.

비록 자신에게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준 타렉과의 만남은 타렉의 추방으로 끝이 났지만 월터는 점베를 연주하며 타렉을 기억하고, 새로운 열정을 얻는다. 무료함과 반복되는 일상에 젖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월터처럼(뜻하지는 않았지만)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다른 사람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이든 새로운 취미를 가지는 방법이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일상에서 벗어나는 돌파구를 찾을 필요성이 있다. 돌파구는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삶의 열정에 불을 당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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