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가 아름다운 까닭

2003년 1월 12일 문화유적답사회 진도답사 후

얼마만에 찾아가는 것일까?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가슴이 설레인다.
요 근래 눈이 내려 찡찡했던 하늘이 겨울의 시린 파란색을 보여준다.
벌써부터 봄이 가까웠을까?
바다쪽으로 간다고 두껍게 걸치고 나왔더니..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광주에서도 승용자로 2시간 거리…

육지와 다리로 이어져 섬이 아닌 섬 진도로 간다.

물살이 너무 세서 교각을 세우지 못하고 해남과 진도사이에 교각을 세워 다리를 만들었다는 진도대교를 걸어서 건넌다.
집어삼킬 듯이 소용돌이 치는 파도가 다리를 흔든다.

다리를 건너는 순간 해남군에서 진도군이 된다.
날짜변경선을 넘어서면 어제가 오늘이 되고 오늘이 어제가 되면서, 묘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나도 해남군과 진도군의 경계에 서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역사적인 장소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수난과 질곡의 역사 덕분인지 우리는 ‘경계’ 에 너무 익숙하다.
분단이라는 현실 때문일까?
같은 하늘아래 있으면서 섬 처럼 건널 수 없는 다리를 만들어 서로의 섬이 되버린 현실.

우리는 나눠진 시간만큼 다른 문화를 만들어 왔다.
고의는 아니지만 진도도 나눠져 있는 시간 동안 다른 문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진도의 문화가 우리에게 감동과 신비함을 주는 이유는 분명 다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섬은 피난처를 제공하는 공간이었으며, 더이상 갈 수 없는 그 끝까지 다다랐을 때 비로소 들어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남도의 섬들은 많은 유배자들의 족적이 남았으며, 세상풍파에 시달려 닳고 닳은 민초들의 고단한 삶이 묻어있는 곳이다.

섬은 열려진 고립이다.
한번 들어오면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덧처럼 더욱더 옥죄이는 것이 섬이었다.
‘진도’의 한자어를 풀면 보배로운 섬이다.
진도가 보배로운 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열려진 고립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번 들어온 문화는 섬사람들의 의해 생동감 있게 펼쳐졌고, 그것이 곧 문화가 되었다.
‘진도’ 가 아름다운 까닭은 바로 이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