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고향, 제주도

2009/01/31 19:56
설 연휴 동안 제주도를 다녀왔다. 얼마만에 여유롭게 제주도를 방문하는것인지 기억이 안난다.
지인들과 관광차 제주도를 들른적은 있어도 6일의 긴 기간을 아무 계획도 없이 설 연휴를 보낼 작정으로 제주도를 방문하는 것은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어린 날의 추억을 찾아서
제주도에 가면 빼놓지 않고 찾아보고 싶은 곳이 있다. 내 어린날의 추억이 숨어있는 곳들이다.
사라봉과 신제주 연동 지역은 내가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동네이다.
내가 살았던 집과 초등학교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고, 거리를 걷다보면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 것 같아 설레이는 마음을 억누르며 찾아갔다.

비록, 아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지만 어릴적 기억을 되살려 용케도 길은 찾을 수 있었다. 아니, 길이나 건물들이 거의 변함 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주위에 건물들이 바뀌거나 새로 지어진것 빼놓고는...
그 거리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래, 그때는 여기가 밭이었지, 이 건물 아직도 있네! 중얼거리며 하나씩 하나씩 어린시절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이내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때의 그 시간으로 다시 못 돌아가는 자연의 법칙이 못내 아쉽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심하게 지낸것 같아 더 아쉬웠다. 그래서 추억은 묻어두고 가슴에 간직하나 보다. 끄집어내어 다시 펼쳐보고 후회하지 마라고....

제주도 사람, 제주도 바람
얼마전부터 내 꿈은 제주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자연이 더 가깝고 제주도의 공기와 바람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설사 서울처럼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풍부한 대도시의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제주도의 바람과 공기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제주도에 있는 동안 택시를 여러번 타면서 이런 얘기를 꺼내면 제주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육지가 낫지요. 이곳은 답답하쟎아요, 변화도 없고...이런 얘기들을 했다.
사람은 항상 변화가 있고 생동감 있는 곳에서 살아야만 할까? 변하지 않더라도 주위 사람들이 정감있고 바람과 공기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살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사람들은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상 '제주'라는 공간이 답답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제주도 토박이 들은 제주에서 태어나고 학교 다니고 제주에서 생활하니 그런 생각도 할법 하다. 같이 몇 년 잠깐 제주도에서 산 사람은 그런 답답함을 느낄만한 시간이 적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제주도에 살고 싶은 이유는 넓고 확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거기에 실려오는 공기가 좋아서이다. 답답하기는 서울이 더 답답하다. 서울에서는 확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거기에 실려오는 공기를 느낄 수 없다. 설사 바람이 불더라도 빌딩숲에 막혀 돌풍으로 변해 몸을 때리고 지나간다.

전통적으로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배산임수'의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뒤에는 산을 두고 앞에는 물을 두고 있어야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다. 제주도는 확 트인 바다를 앞에 뒀고, 뒤에는 남쪽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이 자리잡고 있다. 삭막한 도시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10시간 가까이 떨어져 있는 '엘도라도' 같은 섬 제주도는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다. 감옥처럼 갇혀있더라도 풍부한 바람과 공기는 그 사람을 살찌우고 사고를 넓힐 것이다.

여유로운 마지막 방문, 그리고 제주도
여유로운 제주도 방문이 끝날 즈음, 못내 아쉬움 마음에 제주도를 떠나기 싫었다. 웬지 다시는 여유롭게 제주도를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다시 찾아올때면 더 변화되어 있을것이고, 내가 되짚었던 추억들은 이미 저 아래로 묻혀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제주도의 바람과 공기는 그대로 이길 빈다.

투박한 사투리를 하는 사람들과 확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이 싣고 오는 공기.
제주도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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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래바 2009/04/15 18:13

    제주도는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더군요.
    지금까지 일, 휴가 등으로 열번은 넘게 다녀온 것 같은데 말이죠.
    그때마다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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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

2008/11/25 13:24
겨울이 되면 자꾸 생각나고 항상 되뇌이고 싶은 시가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과 너에게 묻는다이다.
겨울쯤 되면 한 해를 마무리 하는데 과연 를 산산히 으깨며 그리고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는지 자꾸 물어보고, 되돌아 볼 필요성이 있다.

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via. 안도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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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가족간에 대화가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텔레비전, 휴대전화, 인터넷 등 급속도로 발달된 정보통신의 홍수속에서 대화의 끈은 끊어지고 가족 구성원은 자기 자신의 마음속으로 숨어들고 있다. 비단, 정보통신의 비약적인 발달 뿐 아니라 교육, 직장, 사춘기의 방황이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가족간의 대화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화가 없으니 오해는 당연히 생기고 입시지옥의 스트레스속에 사춘기의 방황이 겹쳐 갈수록 대화없는 생활은 누적되는 경험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행복의 스위치>의 레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때 목격한 아버지에 대한 오해, 무뚝뚝한 아버지의 표현(레이는 비하로 받아들인다)등 레이의 마음에는 상처와 오해만 쌓여간다.

직장생활과 저 너머 꿈에 대하여
우리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을까? 아니, 기본적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미래와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하고 탐색하는 기회가 얼마나 많이 주어지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돈=행복'이라는 공식을 일반화 한지 오래고, 모두들 돈 잘 버는 직업을 찾아 대학을 가고 사회에 뛰어든다. 번듯한 대학을 왔다면 대기업에 취업을 해야하는 것이고, 법학을 전공했다면 당연히 사법고시를 통해 검사나 판사가 되어야 올바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질데로 높아져 사회전반적으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사람이 필요한 곳에서는 사람을 구할 수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미래가 정해진 엘리트들이 모인 것만 같은 KAIST 학생들 중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과연 자신이 설계하고 저 너머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는 꿈을 찾아 대기업과 의학전문대학원에 몰려드는 것인가? 아니면 '돈=행복'이라는 불변의 법칙에 이끌려 너도나도 대기업과 의학전문대학원에 몰려들고 있는 것인가?

레이에게도 꿈은 먼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직장생활을 하지만 언제까지 광고홍보 그림만 그리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언제 이름을 날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 있을지 암담하다. 아버지에게 큰 소리치고 집을 온 레이지만 너무나 암담하고 자신이 비참해 보여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행복의 스위치

행복의 스위치

행복의 스위치

저 너머 보일 것 같은 꿈은 보이지 않고, 홧김에 사표를 냈지만 일자리는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언니의 편지를 받고 내려간 집에서 내키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가전제품 가게일을 돕게 된다. 당장 돈 들어올 구멍이 없으니 어거지로 시작한 가게일이지만 역시나 마음에 맞지 않는다. 그것보다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죽거나 이사 간 고객카드 한 장 버리지 않고 빼곡히 모아놓는 고객장부, 시도때도 없이 사용법을 알려달라는 전화, 이미 설치한 가전제품 자리 옮겨주기...모두 못마땅하고 비위에 맞지 않는 일들 뿐이다. 투덜대며 어느정도 일에 적응 될 즈음 레이의 마음에 조금씩 변화가 시작된다.

고객의 집 구조며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아버지가 시키는 일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찾아오는 변화는 결국 퇴직한 아들과 그 아들의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의 일을 도와주면서 일대 변화를 일으킨다.
귀가 들리지 않아 목소리가 작은 며느리의 말을 듣지 못하는 할머니를 발견한 레이는 그동안 쌓여있던 오해를 풀어주게 되고, 할머니가 보청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그리고 어렴풋이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의 뜻을 알아간다.

"물건은 팔 때보다 팔고 서가 더 중요한 것이야"

그리고 조금씩 풀려가는 아버지에 대한 오해.  "는 내 꿈을 위해 혼자 뛰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쪼들리는 살림속에서도 를 위해 저축을 하고 계셨고, 신념을 꿋꿋이 지키며 살고 계셨던 것이다. 는 어떤가? 내 꿈을 찾아 떠난다고 큰 소리 쳤지만, 는 내 신념을 꿋꿋이 지키며 살고 있는가? 방에 놓여있는 가전제품은 결국 말 없는 생물이 아니다. 내 방을 비추는 전등을 새로 끼운 것 만으로도 고객은 새로운 삶을 찾은것 같은 기분을 갖는다. 귀가 들리지 않아 며느리의 말을 못 듣던 할머니는 보청기를 끼고 10년만에 새소리를 듣게 되었고, 새로운 삶을 찾게 되었다. 결국 내 꿈을 향해 달리는 것은 혼자만의 일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더 열심히 내 꿈을 향해 달릴 때 다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삶을 던져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레이는 사표를 냈던 회사에 복직을 하게 되고, 다시 꿈을 향해 힘차게 뛰기 시작하다. 아버지 덕분에 레이의 마음에는 행복의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야스다 마나 감독의 <행복의 스위치>는 잔잔하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마음에는 행복의 스위치가 켜져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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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권지현 2008/12/27 00:18

    고심끝에 5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는 저로선 눈에 들어오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갑자기 달라진 일과에 대한 혼란 탓인지 조금은 패배주의자가 된 듯 한 기분에 우울했었는데 생각을 좀 바꿔보니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얻으면 잃는 것이 있고, 잃으면 얻는 것이 있는...

    돈을 벌 수 있었던 시절에는 돈이 넉넉했지만, 자신과의 시간과 가족과의 행복은 부족했었고, 지금은 돈은 부족할지라도 가족안에서의 정신적인 행복과 평화가 충만해질 수 있으니까요.

    모든 일에는 나름의 가치가 있는 듯 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blue 2008/12/28 12:12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면 잃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음에도 너무나 많은 불평속에 살고 있고, 정신적인 행복과 평화는 안중에도 없지요~ <행복의 스위치>가 그런 부분을 잔잔하게 일깨워준것 같습니다.
      부디, 행복한 직장, 행복한 시간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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